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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이패밀리]월간잡지 '전원생활' 2019년 1월호

2019년1월 월간지 '전원생활'발췌


가온네 가족은 여행 중


가온네 가족은 부부와 아이 이렇게 세 식구입니다. 

아빠 이상준 씨 (44)는 웹툰작가이자 영상 제작자이고, 엄마 이현주씨 (39)는 여행사를 

운영하며, 딸 가온 이는 올해 일곱 살이 된 유치원생입니다. 


엄마와 아빠는 2년 전까지도 맞벌이하는 평범한 부부 였어요.

대신, 둘다 사업을하다 보니 남들보다 사무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았지요. 

제법 일이 많이 들어와 아예 집에 가지 못할 때도 있었고요. 

그래도 아이 걱정은 하지 않았어요. 

입주 육아도우미가 있었고, 돈은 충분히 벌었으니까요. 

가끔 짬을 내 부부끼리 영화 보고 외식하는 삶이 그런대로 만족스러 웠어요.

 

그런데 딸아이가 점점 자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자 살짝 두려운 생각이 들었어요. 

이대로 아이를 남에게 맡겨둔 채 일만 하다가는 훗날 아이가 자랐을때 데면데면한 사이가 되지 않을까 싶었던 거지요. 

아이와의 친밀감은 유아기 때 만들어진다는데, 동성 인 엄마보다 이성 인 아빠가 더 걱정 됐어요. 

엄마는 깊이 생각한 끝에 아빠에게 제안 했어요. "


돈은 내가 벌테니까 당신은 한 달 동안 가온이와 여행을 다녀와."



아빠와 딸만의 오키나와 한달살이




그래서 2017 년 봄, 아빠와 딸 둘만의 여행이 시작 됐어요. 

첫 여행지는 일본의 가장 남쪽 섬인 오키나와 였어요. 어린 아이를 데리고 가기에 가깝고, 무엇보다 따뜻한 남쪽 나라 잖아요. 

하지만 첫 여행은 생각만큼 아름답진 않았어요. 

머리 한번 묶어본 적없는 서툰 아빠 때문에 가온이는 산발한 채 '동네 거지' 처럼 하고 다녔어요. 시간 개념없이 온종일 

물놀이를 하다 지쳐 입술이 새파래진 채 울기도 했고요 엄마를 찾으며 집에 가자고 막무가내로 보챌 때는 정말로 난감 했지요. 

그래도 처음 만난 일본 아이들과 각자의 모국어로 떠들며 노는 가온이를 볼 때면 꽤나 흐뭇했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처음 갖는

오랜 휴식은 달콤 했어요. 한번 시작한 여행의 맛은 좀체 잊히지 않았어요. 아이와 온전한 시간을 함께하는 여행은 정말로 귀중한 경험이었거든요. 


'그래, 어차피 인생은 여행이지. 최소한 1년에 한 번씩은 일을 내려 놓고 가족과 한달살이를하자'.


아빠는 다음 여행을 다짐하며 일상으로 돌아 왔어요.  


제주 한달 살이는 1 년 살이가되고



친구 부부가 제주도로 한달 살이 간대요. 엄마가 아빠에게 말 했어요.


"우리도 제주로 한달 살이하러 가자."


첫 한달 살이를 다녀온 지 불과 반년 만에 두 번째여행이 결정 됐어요. 

생각보다 빨리 두 번째 기회가 찾 아온 거지요 이번엔 와국이 아닌 '그냥 해외' 라서 조금 더 쉽게 결정 했어요. 

엄마도 가기로 했어요. 부녀만의 첫 한달 살이 후 아빠가 그린 웹툰 여행기를 본 엄마가 두 번째 여행은 함께하고 싶어 했거든요.

더구나 부부의 사업은 모두 꼭 서울 사무실이 아니어도 할수 있다는 생각에 용기를 가진 거지요. 

'조금 덜 벌고 덜 쓰면 되지, 돈보다는 가족이 중요하니까', 

이런 생각으로 가온 네 가족은 2017 년 11 월, 짐을 꾸려 제주도로 왔어요. 그런데 막상 제주에서 살다보니 마음이 바뀌었어요. 

한 달 동안만 일을 줄이고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자는 생각이었는데, 어느새 그 생활에 젖어버린 거지요. 한 달 뒤 친구네는 

계획대로 돌아갔지만 '친구 따라 강남 온' 엄마와 아빠는 '한 달'을 '1년'으로 수정한 채 바람 많은 구좌읍에 아파트까지 얻었어요.


'그동안 바쁜 서울 생활에 젖어 너무 정신없이 살았구나. 

난 일할때가 가장 즐거운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한가하게 살아도 되는 거였어.'


성인이 되고부턴 쉼 없이 달려오며 그게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자신도 놀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발견한 거지요. 

그런데 서울로 돌아가면, 또다시 주위 환경에 휩쓸려 일에 파묻힐 것 같았던 거고요.


사실 가온이의 변화가 가장 컸어요. 평일엔 얼굴조차 보지 못할 때도 있어 미안한 마음에 주말이면 마트에 데리고 갔는데, 

어떤 땐 떼까지 써가며 장난감을 사달라던 아이가 더 이상 장난감을 찾지 않았어요. 대신 여행 중 마주친 어떤 아이와도 

스스럼없이놀고, 어느 날엔 일몰을 보며 "해님이 와서 뽀뽀해주니까 구름이 빨개졌어"라고 표현했어요. 

아빠는 "늘 손톱을 물어뜯어 한 번도 깍아준 일 없던 가온이가 어느 날 하얀 손톱을 내밀며 깍아달라고 했을 때 정말 감동!"을

느꼇대요.


새하연 눈 속 홋카이도 한달살이 



세 번째 한달살이도 다녀왔어요. 이번엔 주기가 더 빨라졌어요. 제주도에 간 지 석 달 만이었거든요. 하지만 세 번째 여행은 

사실 '매년 한 번은 한달살이를 떠나자'며 애초에 계획했던 여행이고 제주도는 즉흥적이었으니, 너무 자주 갔다고 놀랄 일은 

아니에요. 여행지는 겨울을 제대로 줄겨보자는 생각으로 일본의 가장 북쪽 섬 홋카이도로 정했어요. 2018년2월의 일이니까 

벌써 1년 가까이 돼 가는군요. 

오키나와의 한달살이가 물과 함께한 여행이었다면 홋카이도의 한달살이는 눈과 함께한 여행이었어요. 

온통 새하얀 눈으로 덮인 설국에서 부부는 스노보드를 원 없이 즐기고, 가온이는 활강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스키 실력이 

늘었어요. 뜨끈한 온천물은 가족을 한없이 훈훈하게 만들었지요. 가온이는 갈수록 처음 보는 아이, 그것도 언어가 전혀 다른 

아이들과 노는데 거리낌이 없어졌고요.


서울 살 때보다 일은 절반도 안 되게 줄었지만, 이제 가온네 가족은 '제주에 아예 눌러 살까?'를 고민하고 있어요. 

셋이서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남이 의뢰한 그림과 영상을 주로 만들어주던 아빠가 스스로의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거든요. 

한 번뿐인 인생을 이렇게 한가하게, 행복하게 우리 뜻대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지금은 마음속에 가득해요. 

그리고 이제 네 번째 한달살이를 어디로 갈지 물색하고 있어요. 아마 일본보다는 좀 더 멀리 가게 될 것 같아요. 

가온네는 이렇게 늘 '여행 중'이랍니다.


이미선 기자

사진 임승수(사진사)

일러스트 이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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